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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같은 여행, 공정여행 생태관광

제주생태관광 대표 - 윤순희



1998년 유엔이 2002년을 세계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생태관광이 도입되었다. 
몇몇 곳이 생태관광지로 지정되었고 생태관광을 지향하는 관광회사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명한 곳을 찾아가 먹고 놀고 쓰는 소비관광이 아니라 그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관광 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2004년에 문을 연 (주)제주생태관광은 기존의 제주도 관광여행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조금 다른 여행을 꿈꾸며 만든 회사이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관광지 주민과 그 지역 공동체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드는 회사, 그 회사의 대표 윤순희 씨를 만나보았다.

여행다운 여행을 위한 생태관광

“여행을 왜 가냐고 물어보면 뭔가 힘을 얻으러 간다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여행, 그 ‘여행을 보다 의미 있게 잘 해보자’는 것이 저희 생각이에요.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서 재충전의 힘을 얻고 관광지는 여행자를 통해서 발전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바로 저희가 꿈꾸는 여행입니다.”

윤순희 대표는 외교관이 꿈이었으나 집안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 진학을 접고 금융계 회사에 취업을 했다. 
그러나 IMF가 닥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학생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어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무료 취업교육으로 중국어 자격증을 취득한 후부터는 중국어 가이드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일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요해야 하는 현실이 본인이 생각했던 여행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가이드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를 보러 온 사람들한테 우리나라를 제대로 보여줘야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생태관광이었어요. 
생태관광을 하려다 보니 문화에 대해 알아야겠더군요. 
그래서 문화 분석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을 가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순서는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하게 된 셈이죠.”

(주)제주생태관광의 가장 큰 자부심은 여행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여행안내와 정확한 해설이라고 한다. 
여행사 운영만이 목적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 잘 사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기에, 먼저 여행사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생태관광’이란 말에 걸맞게 문화와 관련한 풍부한 지식과 분석력을 갖추기 위해 그녀는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슬로푸드 같은 생태관광

윤순희 대표가 중고등학생이던 1980년 중반에는 불건전한 목적을 갖고 제주도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서 주민들은 ‘관광사업’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 이후 지자체와 정부의 노력으로 그러한 이미지는 없어져갔지만 싸구려 관광이나 쇼핑 강요, 여행사들의 출혈 경쟁, 테마 관광 지역에 집중된 단체 관광, 관광지와 식당들의 로비 등 제주 관광계에는 해결할 문제가 많았다. 
2003년에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자연환경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제주 관광의 문제점을 알고 제대로 된 제주도 관광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04년 (주)제주생태관광을 만들었다.

“역사와 여행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생 때도 그렇고 중학생 때도, 친구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같이 여행을 다녔어요. 
하지만 제주도 여행사에서 주선하는 여행 방식이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았죠. 
그래서 관광 안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어른이 되었을 때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도는 육지처럼 직업군이 다양하지 않아요.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45%나 되죠. 
그러니 관광객이 실망하고 돌아가고, 그들의 발길을 끊으면 제주도는 당장 곤란한 지경이 될거예요.”

관광객들이 제주도에 여행을 와서 쓰는 돈 중에 3분의 1은 항공 요금이고 3분의 1은 호텔 요금이다. 
나머지 3분의 1이 어디에 쓰이느냐가 문제였다.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면 관광객이 아무리 많아도 지역주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3분의 1의 혜택이 제주도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광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주)제주생태관광의 첫 번째 취지였고, 두 번째는 지역 문화가 왜곡되거나 흥미 위주로만 소개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한국의 하와이’, ‘해녀 문화’ 등 흥미 위주의 내용 이외에 역사적 사건과 기타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나잖아요. 
여행도 음식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 힘을 얻죠.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음식이 있잖아요. 
어떤 날은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인스턴트 음식을 먹기도 하고, 끼니를 굶을 때도 있죠. 
여행도 그럴 수 있어요. 
다양한 여행이 있는데, 그중에 우리 회사의 여행상품은 자연 재료를 쓰는 슬로푸드 음식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게 우리 회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예요.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켜왔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여행학교’를 세우는 꿈

2010년 (주)제주생태관광은 공정여행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공정여행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에서 빌려온 말로, 현지의 환경을 보호하고, 현지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행을 말한다. 
(주)제주생태관광은 여행객과 처음 만났을 때 15분 동안 공정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 그 취지에 동의하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오히려 뿌듯해 한다고 한다.

지역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태관광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자 지역 주민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주민 10여 명이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여행안내를 맡고, 마을의 민박집을 숙소로 쓰며, 식사 또한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제주 전통음식점에서 해결한다.

“음식점에서는 제주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가능한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내놓고 있어요. 
야외에서 식사를 할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회용품은 거의 쓰지 않죠.”

관광객들의 의식 변화와 지역주민들의 참여로 (주)제주생태관광은 10년 전에 비해 관광객의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단순히 관광객 수만 증가한 게 아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앞길을 탄탄히 다져 가고 있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테마별 여행, 수학여행, 대학생을 위한 학술 답사 프로그램도 만들고 제주도의 뗏목 타기, 감귤 과수원 체험, 돌담 쌓기 등의 체험 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연계한 여행교육을 시도하기도 했다. 
제주의 중고등학생들이 일찍부터 제주의 우수한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육이 끝난 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윤순희 대표는 사업의 가능성을 느끼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사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지만 기회만 닿으면 육지로 가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자신이 살고 있는 제주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자원인지를 모른 채 살고 있는 거죠. 
지역을 떠나려고만 하지 말고,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자원이 무엇인지 주변을 둘러봤으면 좋겠어요.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공무원 시험 준비나 육지에 있는 대학 입학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공정여행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는데 그 학생들이 말하죠. 
대학에 가서야 깨달았다고. 
그걸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여행학교’입니다.”

‘왜’ 다음에는 ‘어떻게’

“관광산업 자체가 이익을 많이 낼 수 없는 구조예요. 
게다가 회사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익과는 거리가 멀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진 못해요. 
하지만 직원들도 이 일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먹고살 수 있는 수준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표인 저의 역할이에요.”

윤순희 대표는 회사가 커져서 직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주)제주생태관광과 같은 일을 하는 회사가 제주도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공정여행 생태관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역할을 달리 하는 여러 여행사가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공정여행을 하는 여행사가 없어서인지 이 여행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대개가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라 관광객이 다양하지는 않다. 
만약 비슷한 여행사가 여럿 있으면 공정여행을 원하는 관광객들도 자기 취향에 맞는 여행사를 선택해서 여행할 수 있고, 여행사도 차별성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보다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생태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나 혼자 사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생태관광이 자리를 잡을 수는 없어요. 
우리와 비슷한 그룹이 여럿 있어야만 안정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찾아오면 무척 반갑고 잘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윤순희 대표는 청소년들이 창업을 생각할 때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보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가?’를 먼저 고민하면서,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일을 왜 하려는 지는 반드시 고민해볼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왜’ 하는지를 먼저 안 다음, ‘어떻게’ 하는지를 찾아가는 것이 창업의 기본자세라고 윤순희 대표는 이야기한다.

“멘토가 있다면 고민과 결정을 해야 할 시기에 많은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제게도 일상의 멘토, 학문의 멘토, 철학의 멘토 이렇게 세 명의 멘토가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를 10년 동안 이어오고 있죠.”

더디지만 의미 있는 일

윤순희 대표는 제주도에 와서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주도에 대한 진정성 있고 철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감성만을 느끼지 말고, 제주도의 문화와 자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그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하는 사업과 그 지역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하고자 하는 일이 그 지역과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잘 생각하고 창업을 해야죠.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 조금 더디게 갈지 몰라도 분명 그 일을 통해서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언제가 그 의미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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