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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 내 가족을 위해 오늘도 바다를 지킨다

해군대위 - 이서연



해군은 우리나라 바다로 인정되는 영해(領海)를 넘어서 배타적 경제 수역까지 아우르는 해안을 지키고 있다. 
20해리(약 37km)의 영해와 그 너머의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인 공해(公海)를 다니는 우리 여객선, 화물선, 어선들을 보호하고 적이 우리 영해를 넘어오지 않게끔 적을 감시하고 계속 경비를 서는 것이 해군의 주된 역할이다. 
바다는 육지와는 달라서 그 경계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GPS를 이용하면 바다 위에서도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서연씨는 그렇게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 중 한 사람이다.
고민으로 가득했던 사춘기를 보내며 그녀는 입학할 예정이었던 명문고 대신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양업고등학교를 불안과 불만으로 얼룩진 자신을 변화시키고, 꿈을 찾아주며 성장하도록 만들어준 즐겁고 행복한 학교로 기억하고 있었다.

양업고에 간 첫날 제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중학생 시절 서연씨는 반에서 4~5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다.
좋은 성적으로 의정부여자중학교를 졸업하고, 광명시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인 진성고등학교 입학시험에도 당당히 합격을 한 그녀였지만 단 하루도 다니지 못 한 채 전학을 해야만 했다. 
풍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며 친구들과 비교해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그녀가 입학을 앞두고 가출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 만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학교에 다니고자 했지만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등교 대신 전학을 권유받았다.

“입학시기가 한참이나 지났던 그 때 저를 받아줄 학교는 없었어요. 
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대안학교만 14군데 정도 알아봤던 것 같은데, 마침 양업고등학교에 빈자리가 있다고 해서 4월부터 다니게 됐죠. 
처음 면접 보러 갔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노랑머리로 염색한 남학생이 건물 한 쪽에 멍하게 있더라고요. 
할 일없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아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라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양업고가 마음에 들었어요.”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양업고는 다니는 내내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국영수 과목뿐만 아니라 종이접기, 클라리넷 연주, 일본어 회화, 비누공예 등 다양한 체험으로 구성된 수업은 항상 새로움에 갈증을 느끼던 그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불만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에게 특수학교선생님이라는 꿈도 생겼다. 
일본소설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테츠코 작, 2004)에서 특수아동을 구분하지 않고 아이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게끔 하는 일본의 교육환경이 그녀는 인상 깊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것 역시 책의 영향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서 낙엽을 쓸다가 꾀도 나고 추위도 피할 겸 도서관으로 몰래 숨어들었다가 우연히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읽게 되었어요. 
김구 선생이 일본경찰을 맨 손으로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제 안에 잠들어있던 뜨거운 애국심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어요.
있는 제복에 흥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재수를 시작했죠.”

대안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사관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서연씨가 육군, 해군, 공군사관학교 중에 해군사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시력이 좋지 않은 그녀를 받아줄 곳은 해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인문 및 군사학 분야 3개, 이학 분야 3개, 공학 분야 3개 등 총 9개의 전공학과가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그녀는 사회인문 및 군사학 분야의 군사전략학을 전공했다.

“문과, 이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입학하여 1학년 때는 공통을 배워요. 
문과를 선택해도 수학, 물리학, 화학 등 공통 과목들을 배우고 교양 과목으로 심리학 등을 기초적으로 배우고 나서 2학년이 될 때 학과가 정해지게 되죠. 
문과였던 학생이 이과로 가거나, 이과였던 학생이 문과로 갈 수는 있는데 보통은 바꾸지 않아요.”

그녀는 사관학교 생활과 고된 훈련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늘 두 가지를 떠올렸다. 
자신이 대한민국 1%의 여성 해군장교이며, 대안학교 졸업생이라는 사실이었다. 
양업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도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대안학교 졸업생으로서 대안학교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사관학교 생활을 해나갔다.

“1학년 때는 힘들고, 2학년 때는 조금 더 힘들고, 3학년 때는 더 힘들고, 4학년 때는 보다 더 힘들고 강도가 달라지거든요. 
사관학교 생활 중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군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찾는 사람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공부야 모르는 것을 배워나 가니까 힘들지 않았는데, 다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1학년 때는 조금 힘들었죠. 
대안학교에서의 단체생활, 기숙사 생활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군대는 다양한 분야의 일이 있는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60명이 같이 달리기를 하는데 한 명의 대원이 뒤쳐지게 되면, 그 사람을 포기해서는 안 돼요. 
그 사람 한 명으로 인해 나머지 59명의 기록이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자신의 달리기 기록이 얼마나 좋든지 간에 나머지 대원들의 부족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이 한 일만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군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나라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강한 애국심만으로는 군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 생활이 기본인 군대생활을 하는데 있어 자기주장이 강하다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거나, 조직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중도에 군인의 길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군인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나오면 되요.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죠. 
다만 사관학교를 오려면 45대 1, 48대 1, 50대 1 등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잖아요. 
자신으로 인해 정말 오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못 들어왔다는 것을 생각해봤으면 해요. 
50대 1이면 49명은 기회를 잃은 것이죠.
그러니까 포기하고 싶을 때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군대를 ‘작은 사회’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전투장교로서 전술에 대해 공부하고 있지만, 군대라는 조직 안에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경찰, 연주자,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와 직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부사관으로도 입대할 수 있으니까 원하는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로 지원이 가능해요. 
직업군인은 부사관도 있고 장교도 있거든요. 
경찰 사건 조사에 관심이 있으면 헌병으로 가도 되고 군대 내 부대원들 교육하는 정훈, 군 홍보를 위해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일을 하는 공보 등이 있죠. 
군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의 자유에는 조금 제약이 있지만 군대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다양하게 있어요. 
전투 군인도 있지만 전투를 지원하는 군인도 있는 것이죠.
사명감 있고 애국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군대에도 분야가 있으니까 군인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될 것 같아요.”

정년이 될 때까지는 군인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마음이 가는 일이 있으면 일단 부딪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시도하지 못했던 일, 선택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크잖아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면 해병대와 해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든요.
저는 오랜 고민 끝에 해군에 왔는데도 해병대를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라고요.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해보고 아니면 다른 길을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 대신 절대로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돼요. 
끝까지 노력해보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 그것 역시 후회로 남거든요.”

이제 곧 전역의 기회를 앞둔 서연씨는 군인의 길보다 흥미로운 일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을 비롯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바다를 지키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의 일보다 더 좋아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해군으로 살아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정년이 있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군 생활 하고 나면 그때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위수지역이라고 해서 군인은 근무지에서 대략적으로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연구 경험이 있으니까 능력이 되면 환경운동이나 환경연구도 해보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행복했던 대안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가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죠. 
오토바이 타고 불량스럽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할 거예요. 
반대로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번듯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면 오히려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대해 좋게 받아들이게 되고요.”

서연씨는 대안학교를 졸업했다는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안학교는 인성교육도 하고 다양한 경험과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도록 하는 학교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그녀는 대안학교 졸업생이라는 소개가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가 대안학교 졸업생들 이름에 먹칠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그녀는 바르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불량해지면 안돼요.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은 그 문제를 밖으로 풀려고 하지 않는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요. 
인생의 선배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혼자 끌어안고 앓지 말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이 나아요. 
자기 자신의 판단이 꼭 옳다고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그 시절을 행복한 기억으로 떠올렸다. 
그녀는 그 때 공부를 잘하거나, 잘난 친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지리산 종주 같은 것도 해봤고, 공부뿐만 아니라 공예를 배워보기도 했는 그녀는 공부도 즐거워서 열심히 했다.

“대안학교에서 많은 경험을 쌓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을 기회로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때로는 귀찮아서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겠죠. 
그래도 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관심만 있으면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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