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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잼을 먹으려고 빵을 사게 될 거예요

선데이잼 대표 - 강병진



앙증맞은 유리병 안에 달콤해 보이는 잼이 2단으로 들어있다. 
일명 ‘투톤 잼’. 먹고 싶기 이전에 갖고 싶은 마음이 앞설 만큼 예쁜 잼은 강병진 씨의 작품이다. 
그는 밀짚모자를 쓰고 텃밭에서 땀 흘려 수확한 야채와 과일로 잼을 만드는 “선데이잼”의 대표다. 
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본인의 레시피를 카드로 만들어 공개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 강병진 대표를 만나 달콤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해외여행에서 느낀 삶의 자유로운 선택

강병진 대표는 대학에 들어갈 때 화학공학과와 세계무역학과를 전공으로 결정하는 데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가 공대를 선택한 이유는 공대를 다니는 형을 통해 그간 다양한 정보를 들으면서 호감이 생겼고 또 공대를 다니는 형의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던 그가 스물세 살 되던 해, 그는 1년 반 동안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혼자 떠난 배낭여행에서 그는 세계 곳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을 만나며, 생각이 조금씩 여물어 갔다. 
처음에는 ‘인생을 함부로 사는 친구들도 있구나’ 싶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는 정답이 없구나,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구나’라는 걸 깨달음으로 바뀌어갔다.

“배낭여행을 다니다가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아이를 만난 적이 있어요. 
너무 잘생겨서 직업이 궁금하기에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당나귀를 키운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3년째 여행을 다니다가 칠레에서 만난 친구와 마음이 맞아 그냥 칠레에서 살고 있다고 하고요. 
그렇게 삶을 그렇게 자유롭게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어요.”

생각과 달랐던 현실

배낭여행에서 돌아와 복학을 한 강병진 대표는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취업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갔다.
노력한 덕분에 그는 원했던 회사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요리 분야로 장래를 결정했던 건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살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녹록치 않은 회사생활을 하며 그는 문득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자신의 희망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바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지켜봐주셨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서 설득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누가 자기 인생 망치고 싶겠어요. 
열심히 살려고 가장 노력하는 건 본인이잖아요. 
저는 자신을 믿었어요.
주위에서 반대를 해도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고, 전공이 ‘무역’이다 보니 화장품 판매, 온라인숍, 노점 등 웬만한 건 다 경험해봤다. 
발명을 해서 특허를 진행해본 경험도 있었기에 그는 회사를 나오더라도 뭐든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부딪쳐 보니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회사에서 연봉 4천, 5천 받을 정도로 수익을 내려면 매출이 진짜 많아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는 한 집안의 아들, 학교의 학생, 회사의 사원이라는 든든한 소속 안에 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자,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없어진 것 같았다.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해야 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평상시 텃밭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항상 햇볕 아래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텃밭이라는 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며칠만 소홀해도 키우던 게 엉망이 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항상 나를 필요로 하는 텃밭 덕분에 지친 마음이 많이 치유되었어요.”

한 유리병에 두 종류의 잼을 담는 아이디어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겨두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강병진 대표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일이 있잖아요.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100퍼센트 아낌없이 쏟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는 새벽 다섯 시면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가요. 
단순히 잼을 만드는 일만이 즐거운 게 아니라 자신의 책임 하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 만족감이 있어요.”

잼을 전문으로 납품하는 사람은 강병진 대표뿐이라고 한다. 
잼은 대부분 빵의 부속물처럼 판매하고 있고 수제 잼은 규제도 심하여 그는 오픈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달 잡지 촬영 의뢰와 명함을 건네주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잼을 만든다고 하면 유기농인지 건강에 좋은 것인지 묻는데 사실 유기농 설탕이 일반 설탕과 크게 다를 바 없어요. 
유기농 제품인가 아닌가 보다는 기존에 없는 상품을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딸기잼, 사과잼, 포도잼 이외에, 해외에서는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잼들도 만들고 또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잼을 만든다.
한 유리병에 두 종류의 잼을 넣어 만든 ‘투톤잼’은 보기에 색감도 아름답지만, 잼을 먹다 보면 질려서 끝까지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게 아까워 밑에 다른 맛의 잼을 넣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렇게 개발한 잼들의 레시피를 카드로, 동영상으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린다.
잼은 원래 만들기 쉬운 것이고 얼마든지 모방이 가능하므로 차라리 그런 식으로 레시피를 오픈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잼, 새로운 잼을 만들어 잼산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달콤한 일요일, 선데이잼

“맞벌이 부부였던 부모님은 평일에는 항상 바쁘셨어요. 
그래서 평일에는 평범한 식사만 하다가 주말이 되면 어머니가 팬케이크, 고구마 맛탕, 잼 등 달콤한 음식을 만들어 주셨죠. 
그래서 일요일은 항상 기다려지는 좋은 날이었어요. 
달콤한 음식을 먹는 일요일, ‘선데이잼’은 그렇세 지어진 이름이에요.”

강병진 대표가 아플 때면 그의 어머니는 복숭아조림을 해주셨다. 
의 어머니가 아플 때면 할머니께서 해주셨던 음식이 복숭아조림이었기 때문이었다. 
달콤한 음식을 먹고 기운 내라고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해주던 음식,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그는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로 처트니(chutney, 익히거나 절인 채소와 망고, 파인애플, 기타 과일, 양파, 버섯, 건포도, 설탕, 향신료를 끓여서 잼이나 죽처럼 만든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그는 책을 보거나 해외의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잼에 대해 공부했다.

“창업 아이템을 정할 때 반드시 본인이 잘하는 것, 경험해본 것,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도 아이템은 계속 바뀔 수 있죠. 
저 역시 ‘잼’이란 주제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패키지 디자인이 여덟 번이나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요구에 맞추다 보면 바뀔 수밖에 없죠.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안 되는 이유는 하나둘 늘어난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고민하지말고 시작하라고 하면 백 명 중 부모님을 포함해 99명은 반대를 하겠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면 마음먹고 시작하라는 거예요. 
머뭇거리는 사이 안 되는 이유는 하나둘 늘어날 테니 그냥 시작하는 게 답이에요. 
2년 전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분들 중 절반은 아직 시작도 못하셨어요.”

강병진 대표는 파일럿이 되고 싶으면 비행기를 타야하고, 부산에 가고 싶으면 기차를 타야하고, 밥이 먹고 싶으면 쌀을 사야 하듯이, 사업을 하고자 할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려 할 때 사람들이 일단 10년만 다녀보고 그때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더라고요. 
회사 생활을 한 경험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많이 될 수도 있고 또 실패를 줄일 수도 있겠죠. 
맞는 말이기도 해요. 
하지만 10년 뒤에는 잃는 것도 많을 거예요.”

한국 사회의 정규 과정을 다 밟으면서 현재의 자리에 서게 된 그는 그런 자신의 과거에 만족하지만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 수학 문제 하나 더 맞추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한다거나 남이 하는 것이 좋아보여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주관을 갖고 선택했다면 한 3년 정도 그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왕이면 에너지가 많을 때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창업을 준비하기 전에 도서관에 가서 많은 책을 읽었다는 그는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독서가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니까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머릿속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시간이 많으니까 종류를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어요. 
서는 진로를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을 줍니다. 
직접적으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많은 길을 보여주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생각의 폭도 넓혀주죠. 
지금 자신의 꿈이 명확하다면 대단한 거예요. 
그렇다고 지금 뭘 해야 좋을지 모른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대학에 가서 결정해도 되니까요. 
하지만 책은 많이 읽어야 합니다. 
대학에 가서 뭘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 읽었던 책들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독서를 많이 하다 보면 어떤 책을 읽든지 간에 그 안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인연을 만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

강병진 대표는 직업상 평상시에 단것을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특히 건강관리, 스트레스 관리, 자기계발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도시 농부 3년차인 그는 텃밭 세 곳을 운영하면서 잼 마니아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텃밭요리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그는 ‘인생이란 인연을 만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 작은 것 속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그의 블로그 대문글처럼 지역 어르신,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제가 일요일에 느꼈던 달콤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주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레시피를 공개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기 때문이에요.
을 먹기 위해 잼을 사는 게 아니라 잼이 먹고 싶어서 빵을 사는 그런 문화, 그것이 제가 만들고 싶은 문화죠. 
책도 같이 쓰고 새로운 상품 개발, 연구도 같이 해서 홍콩에는 장미잼, 싱가포르에는 카야잼, 호주에는 베지마이트, 미국에는 누텔라가 유명하듯이 ‘한국의 잼’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잼을 만들고 싶어요.”

잼을 만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끈끈하고 달달해진 강병진 대표는 일요일 오후의 평온한 휴식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오늘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자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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