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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는 디자이너의 책임이 있다

에코준컴퍼니 대표 - 이준서



커피찌꺼기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오리지널 그린컵’, ‘퍼블릭 캡슐’은 친환경 디자인을 하는 ‘에코준컴퍼니’의 상품이다. 
이 상품들에서는 커피향이 난다. 
사용한 다음 그냥 땅에 버려도 자연 분해가 되며, 사기나 유리로 만든 제품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고, 티백 홈이 파여 있어 편리하기까지 하다. 
‘에코준컴퍼니’의 상품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판매 수익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대도 만들어주고, 말라리아 치료약을 후원하는 데 쓰기도 한다. 
이런 착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는 과연 누구일까?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서너 배의 노력을

선생님에게서 고등학교 졸업을 못할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된 방황기를 보냈던 이준서 대표, 그가 정신을 차리고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 다 되어서였다. 
주위에 대학을 안 가는 친구가 많아서 굳이 대학을 가야 하나 망설였지만, 자신을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눈에 들어온 순간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에 원하는 대학에는 갈 수 없었지만, 원하던 학과인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 그는 좋아하는 수업을 들으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꾸준히 미술 공부를 해왔던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짧은 시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했기 때문에 수준 차이가 많이 났거든요. 
그래도 디자인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친구들보다 부족한 부분은 더 많이 노력했어요. 
친구들이 과제 한 개를 낼 때 저는 서너 개를 내는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죠.”

그림 그리는 실력은 친구들보다 부족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광고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

“광고대행사 입사를 목표로 많은 스펙을 만들었어요. 
대학생 광고공모전에서 수상도 여러 번 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어요.”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 회사의 디자인팀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기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의 인턴 생활은 그에게 그다지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찾는 영역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정받으며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갔지만, 윗선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그를 제지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창의적인 일에 대한 심한 갈증을 느꼈다.

디자이너로서의 윤리적 책임 의식

“제가 좋아하는 광고를 통해 남에게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게다가 저는 남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했으니까요. 
광고를 공부하기 위해 전문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을 즈음 국민대학교 윤호섭 교수님의 그린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회사를 그만 둔 이준서 대표는 대학원 진학을 계기로 오랫동안 꿈꾸었던 광고 디자인 대신 그린디자인(green design, 지구 환경 보호에 책임 의식을 갖는 설계·디자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가 공익광고 관련 공모에 응모했던 광고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문제를 다룬 것이었다.

“현실 속에서 장애인 편견 문제를 들여다보니 안타까운 점이 많았어요. 
말로만 하는 것보다 광고를 통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인식을 변화시켜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 전달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공모전 시상식에서 자주 뵈었던 어느 교수님의 가치관에 매료되어 장학금을 주겠다는 학교를 뿌리치고 그 교수님이 계신 학교의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디자인 이전에 철학을 배웠는데 그 때 그는 왜 그린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환경문제에는 디자이너의 책임이 있어요.
디자인은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량 생산, 상품성, 외형적인 측면에 집중하면서 자원 소비, 쓰레기, 지구 온난화 등 지금의 환경 문제 발생에 디자이너들이 일조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환경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을 다 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철학을 통해 이슈를 찾고, 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이면지를 사용하자는 단순한 메시지를 인상 깊게 전달해 2008년 한국공익광고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시작하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이 세계에서 뒤처지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훌륭하다고 인정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린디자인 분야에서는 국내 사례들이 없어서 원서를 보면서 해외 사례들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우리나라에는 왜 좋은 사례가 없는지, 그런 좋은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하겠다는 이준서 대표의 말에 그의 부모님은 반대부터 하셨다. 
그 역시 창업을 하면 취업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린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 그의 뜻은 확고했다.

2011년 4월 ‘에코준컴퍼니’를 창업할 당시 그는 회사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정부에서 창업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몰랐던 그는 창업 자금도 개인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이제까지 없던 소재로 제품을 만들다보니 그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끝에 그는 자신이 원했던 ‘한국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커피양만 해도 12만 톤이 넘어요. 
리고 거기서 나온 커피찌꺼기들은 모두 다 폐기물이 됩니다. 
폐기물도 줄이면서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리지널 그린컵’입니다.”

한국에서 오리지널 그린컵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이에 해외 반응이 궁금해진 이준서 대표는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 오리지널 그린컵을 출품했다. 
그 결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그는 후속 상품으로 나온 알약 모양의 ‘퍼블릭 캡슐’ 역시 환경을 생각해 커피찌꺼기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 
‘퍼블릭 캡슐’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인체에도 무해한 것은 물론 물병을 보면 자연스럽게 알약이 생각나게 디자인으로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없는 아프리카 지역에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는 소비자가 물병 한 통을 구입하면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하루치의 말라리아 치료약이 자동적으로 지급되도록 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물병 하나에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자는 구호가 들어있는 것이다.

내 인생의 잠재되어 있는 키워드

“제가 성장할 때보다 요즘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검색할 수 있는 자료들은 모두가 알 수 있는 정보예요. 
나만이 소유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어떠한 사람이든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나 정보 말고, 좀 더 깊숙하게 알고 있어야 차별화할 수 있고 창업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준서 대표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하면 너무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또 만약 그 과정을 피하고자 한다면 진정성을 잃게 된다고 했다. 
처음에 세웠던 자신만의 철학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다 겪을 자세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에게 물어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진짜 이 일을 꼭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왜 나여야만 하는지, 내가 아니고도 다른 사람에게 제안해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자기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보고 그것에 대한 답 다섯 가지가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면 창업을 하세요. 
그렇게 하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키워드가 나옵니다. 
그 키워드가 내 인생에 잠재되어 있던 거예요. 
그 키워드를 꼭 기억하고 창업을 하세요.”

해외는 우리와 달라요

어떻게든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수능점수와 학교, 전공을 맞추기 급급한 상황에서는 자기의 꿈을 생각할 여력이 없으니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준서 대표는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앞으로 할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해보라고 했다.

“해외에서 상을 받아보니까 좋은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는 학력을 따지지만 해외에서는 그런 것이 없거든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지 않는 대학을 나왔어도 내 디자인을 가지고 이야기 하지, 학력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거죠.
해외에 나가서 일하시면 됩니다. 
학생일 때는 지금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성적밖에 없으니까 그 높낮이로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회에 나가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자기가 잘 하는 부분을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국영수가 주요 과목이라고 하지만 그것에 갇혀 있지 마세요. 
저는 공부를 못 했지만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 잘 해서 대기업 과장, 부장 하고 있으면 이런 인터뷰 기회가 있겠습니까? 
엄마들도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좋아하는 걸 빨리 찾으라고 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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