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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똑똑한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Upcycling)

터치포굿 대표 - 박미현



전국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현수막이 500만 장, 서울에서만도 50톤이 넘는 현수막이 골칫거리로 쌓이고 있다. 
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경기도의 경우 3,000톤이 넘는다고 한다.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고 있지만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그것들을 수거하여 처리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땅에 묻어도, 불에 태워도 다 공해이니 버려지는 현수막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처치 곤란한 현수막들을 가져다가 예쁜 가방과 필통, 지갑으로 재탄생시키는 회사가 있다. 
“지구 환경을 살린다.”가 기본 원칙인 이회사에서는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도 다른 업체와 비교하여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진 사회적기업, 2013 서울시 환경상 대상을 수상한 기업 <터치포굿>의 대표 박미현 대표를 만나보았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문제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니 정치가 하는 큰 접근들은 제가 생각하는 문제를 찾아내기에는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어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박미현 대표는 시민단체에서 정치가 하지 못하는 작은 분야, 작은 문제들을 발굴하여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그녀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가까웠지만 그녀는 시민단체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대개의 시민단체가 그렇듯 자립적인 수익 구조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제약이 따랐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삶은 힘겨웠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6년 동안 활동해온 시민단체를 나와 그녀가 눈길을 돌렸던 곳이 바로 사회적기업이었다.

“사회문제는 신문에 나오는 전쟁 같은, 그렇게 대단한 것만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 그런 불편을 여러명이 똑같이 느낀다면 그것이 사회문제 아닐까요?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려면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해요. 
기업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데, 그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들을 설득하진 못하죠. 
일방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판매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터치포굿>을 세우려고 마음먹었던 당시만 해도 ‘사회적기업’의 의미는 물론 그 단어조차 낯설던 때였다. 
보통 ‘기업’이라고 하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생각하고,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박미현 대표는 주어진 일을 조용히 해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으며 여느 여고생처럼 주변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들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일은 있었지만 그녀에게 그것을 이야기할만한 기회는 딱히 없었다.

“친구들 중에는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면서 돈만 생기면 옷을 사는 친구가 많았어요.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이라 사복을 입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은 쉽게 옷을 사더라고요. 
저는 그것이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그런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서 그 친구 중 한명에게 얘기를 했죠.”

당연히 친구로부터 ‘사실 나도 그게 고민이었어.’라는 대답을 들을 줄 알았던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친구의 반응은 의외였다. 
‘네가 뭔데 참견이야? 내가 내 돈 가지고 사고 싶은 것을 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렇게 바르고 착해?’하며 삿대질을 하는 친구를 보며 그녀는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 
자신은 분명 옳은 말을 한 것 같은데 왜 이런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그녀는 억울하고 화가 났다. 
복도에서 친구와 티격태격 다투던 그녀는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따뜻한 조언을 들었다.

“미현이가 큰 자산을 가지고 있구나! 
모두가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그냥 무시하며 지나쳐 버리는 일을 ‘이건 문제야, 바꿔야 해’ 하고 말할 수 있는 건 분명 용기고 큰 자산이야. 
하지만 미현아, 네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스스로 바꾸려고 하지 않아.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모습을 보여야 해. 
‘이건 문제야’ 하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네가 먼저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줘야한다는 거지. 
그때 비로소 네가 가진 자산이 의미를 갖게 된단다.”

그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다투었던 친구와 함께 교내 바자회를 기획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뭔가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을 시절, ‘안 입는 옷을 서로 바꿔 입자’는 취지하에 바자회를 열었던 것이다. 
바자회 날 친구들은 옷장을 뒤져 안 입는 옷들을 싸들고 왔고, 강당에는 옷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사서 입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기에 아무도 옷을 사가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님들은 쌓인 수많은 옷을 두고 어떻게 할 거냐며 혀를 차셨다. 
하지만 그녀는 이 경험을 첫 번째 행동 성공사례로 기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제게 큰 자신감을 주었어요.
그 이후에 다른 활동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어요.”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진로 선택의 길잡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굳이 대학을 가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오히려 남들이 다 가니까 나도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회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구조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제한을 받는 것이 사실이고 대학생이라서 누리는 기회들도 많잖아요. 
그것들을 포기할 만큼의 용기가 없었어요. 
저에게 대학 진학은 최선의 선택이라기보다 최악을 피하고자 한 행동이었죠.”

박미현 대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인생을 좌우하는 일생일대의 결정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제일 재미있어 보이는것,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면 대학생활은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시험일 하루가 평생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고등학생일 때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면 좋겠지만 현실상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대학에 입학하고 초기에 그런 고민들을 해야 해요. 
저 역시 고등학생 때 그런 고민을 했지만 그 삶을 어떻게 현실에서 이루어 갈지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방법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졸업을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어서 불안했기 때문에, 미리 체험한다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해봤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한계를 느낀 그녀는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그녀는 20대 중반이었다.
만약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면 30대에 직업에 대한 고민을 했을 테니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진로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생 때 많은 체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을 하기에 적당한 사람은……

사회적기업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관련 공부를 시작한 박미현 대표는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은 별로 없었다. 
전국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 20여 개, 그러나 대부분 준비 단계였기 때문에 그녀가 들어가서 일할 곳은 마땅하지가 않았다. 
‘세상에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창업’이라고 하면 대단히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은 오해해요. 
만 20세가 넘은 성인이라면 적당한 절차를 밟아 누구나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거든요. 
회사 운영은 쉽지 않겠지만 창업 그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대안을 추구할 때도 넓고 유연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해요.
청소년들이 창업을 생각한다면 정말 신중해야 하죠. 
그들의 유연한 사고는 분명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넓고 깊게 보는 안목은 부족한 편이거든요.”

그녀는 창업을 생각할 때 경계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하면 무조건 잘될 것이다’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를 ‘레드오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고 경쟁자도 적은 분야를 ‘블루오션’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미 블루오션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로 진짜 블루오션은 레드오션 안에 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라며 그녀는 말
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은 분야가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것 같아요. 
그들의 방식을 고민하고 분석해야 후발업체로서 실수를 줄이고 이득을 가지고 갈 수 있죠.
기존 분야에 대한 철저한 공부가 필요해요.”

창업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좋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경제적인 성공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다면 다른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특히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터치포굿은 없어지고 싶은 회사

“사회적기업가가 하는 일은 결국 비효율과의 싸움이에요. 
비장애인을 고용하면 3일에 끝날 일을 장애인을 고용해서 일주일을 가르쳐야 되는 경우도 있고, 일반 원단을 사서 쓰면 10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재활용 원단을 활용하니 크기 맞추고 세탁하고……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죠.
사회적기업가는 비효율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예를 들면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사회적기업가의 역할입니다.”

박미현 대표는 일본의 사례를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에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많은데, 이들을 억지로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너무 폭력적일뿐 아니라 효과도 없어요. 
고민 끝에 그들을 만화가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연계해주었더니 일반 사람들보다 더 집중해서 성실히 일하더랍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만화가로 데뷔한 이들도 생겼죠. 
일이 좋아서, 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사회적기업가도 이런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하는 일에서도 ‘귀중한 자원이 버려지고 있으니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보다 버려진 이 소재가 기존의 소재보다 뛰어난 점을 찾아내서 그것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에요.”

그녀는 지하철 광고판은 튼튼하고 방수가 되기 때문에 여행용 가방으로 만들면 좋고,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이 공약을 써넣은 현수막은 5년의 약속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가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들과 소통한다.

“사회적기업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하니 돈도 벌지 못하고 성장하기도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기업의 본질이 아닙니다. 
일반기업과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니 분명 힘든 일이지만 실현되었을 때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죠.”

터치포굿은 지속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관들에게 스스로가 만든 쓰레기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 
‘아토피 제로 여름캠프’를 후원하고 친환경 물품 등을 대여하면서 의식개혁과 업사이클링 문화 정착에도 기여하고 있다.

박미현 대표는 스스럼없이 <터치포굿>은 ‘없어지고 싶은 회사’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이므로 문제가 해결되면 없어져야 한다는 말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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