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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가치, 농부의 가치, 건강한 먹을거리를 알리는 행복한 레시피

행복한 요리농부 대표 - 박소연



박소연씨는 제주도 토박이도 아니고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는 건축을 공부하고, 설계사로 일하다가 호주로 떠나게 되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지금 제주도 가시리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그녀는 조금 특별한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박소연 대표가 만든 회사 <행복한 요리농부>는 땅을 아끼고 가꾸는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알리고자 그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만들고 제주도를 콘셉으로 한 농산물 가공 상품에서부터 문화상품까지 개발하고, 컨설팅하는 곳이다. 
‘한라산 용암빵’을 보여주며 제주도가 세계에서 유일한 단일 화산섬이란 걸 알았느냐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녀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주 땅과 농부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 가고 있다.

똑같은 레시피로, 평범한 요리를 반복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찾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자신이 판단하기보다 ‘엄마, 나 무슨 과 갈까’, ‘얘들아, 나 뭐 할까?’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더 많이 귀기울이죠. 
저 역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소연씨는 케이블 방송의 패션쇼를 보며 그 화려함과 독특함에 의상학과에 가기로 마음먹기도 했고, 은행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는 인테리어학과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란 까닭에 어릴 때부터 혼자 음식을 해먹곤 했기에, 요리사가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녀는 생각해온 다양한 꿈 중에 어떤 하나를 고르지 못하다가, 그나마 공학적인 면부터 예술성까지 다양성이 있고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한 학과와 연관있는 설계사의 직업으로 6개월 정도 일을 하던 그녀는 2005년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학생 시절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호주로 갔어요. 
국에서 살려면 당장 직업이 필요하잖아요.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끝에 어린 시절 꿈 중에 하나였던 요리사가 되어 요리를 배워보자고 결심했죠.”

시드니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그녀는 평범한 요리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 셰프가 가르쳐주고, 시키는 대로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계속 반복하고 있자니 흥미를 잃어갔다. 
그녀에게 있어 요리는 기술이고 노동만이 되는건 아니길 바랬다. 
“저는 요리가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든 거죠.
똑같은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게 되면서 점점 조리능력이 좋아졌지만 어느 날 똑같은 음식을 찍어내는 기계가 되버린 느낌을 받았어요.”

그녀는 지금도 사람들이 자신을 ‘셰프’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를 ‘푸드 콘셉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자신을 ‘이야기를 전하는 요리사’라고 표현했다. 
건축설계사에서 요리사가 된 그녀는 대학에서 배운 건축학을 배운것이 요리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건축은 하나의 콘셉을 가지고 건물을 구상하고, 각 요소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요리와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고유의 모습을 살리고,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소연씨는 다시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도시의 삶 속에 지쳐갔고 그녀는 휴식을 위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잔뜩 기대를 하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제주도는 실망스러웠다. 
어딘지 모르게 하와이를 닮아 있고 유럽 분위기도 나는 제주도의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으로 느껴져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매력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외국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는 제주도 고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일 것인데, 오히려 어설프게 외국을 흉내 내고 있는 모습에 그녀는 안타까울 뿐이었다.

“제주도가 처음 개발될 당시 외국관광객이 아닌 한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국적인 인상이 강했던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류에 힘입어, 제주도의 정체성을 살려 외국관광객들에게 가장 제주도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했어요.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제주도의 경제가 활성화되면 우리 것을 더 잘 지키고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잖아요. 
시드니 역시 관광도시다 보니 1년 내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죠. 
그 관광 수입으로 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기획을 하고 있어요. 
우리 제주도도 전 세계의 외국인들이 흥미를 갖고 찾아올 수 있도록 제주도만의 이야기를 개발하고 그 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상품들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힘이 되고 싶었어요

2010년부터 소연씨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창업스쿨을 다니며 제주도에 내려갈 준비를 했다. 
서울에서 농산물 쇼핑몰 기획 일을 하던 그녀는 제주의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 곳의 농산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연구했다. 
그녀는 제주도에 내려와서야 자신이 농부들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주던 일이 반쪽짜리 밖에 안 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농업이나 농촌의 삶을 모르는 상태에서 쇼핑몰을 만들어 주고 잘 관리하라고 해봤자, 새벽부터 나가 하루 종일 일하고 들어온 농부들이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쇼핑몰이나 블로그를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쇼핑몰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농부가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녀가 깨달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유기농 재배 농산물처럼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찾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어요. 
생산자가 흘린 땀 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는 좋은 먹을거리가 나올 수 없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님들에게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농사를 짓는 동안 내내 ‘내년에는 하지 말자’고 다짐할 만큼 유기농 농사는 힘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해가 되면 또다시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농사를 짓는 착한 분들이에요. 
이렇게 수고하는 분들에게 경제적인 보상이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죠. 
먹을거리를 지키는 사람을 배려하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메뉴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태풍이나 갑작스런 비바람 때문에 떨어진 과일, 흠집이 있거나 생김이 고르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과일들을 구해 레시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책상에 앉아 기획했다면 현장에서 무엇이, 왜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농사는 풍년일 때도 있고 흉년일 때도 있잖아요. 
농사가 잘 안 되어서 수입이 적어지더라도 가공 상품이 그 자리를 메워 주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 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은 과일이라 하더라도 농가마다 맛이 다르고 수확되는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집집마다 그 맛을 살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그래서 단순히 가공공장에 맡기는 것이 아닌 요리사가 필요한 거예요.”

그녀는 마을의 청소년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천천히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에서 세운 리립 박물관에 레시피를 만들고 재능기부하게 되었다. 
“제주 한라산의 지형을 본떠서 만든 한라산 용암빵, 조랑말 마을을 상징하는 조랑말 쿠키 외에도 조랑말 주스, 당근풀빵, 말똥과자 등 생태순환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었어요. 
‘정말 바뀔 것 같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요리이기에, 요리로 제주와 제주의 농부들을 돕고 싶었어요.”

낯선 곳에서의 세살이가 쉽지만은 않았죠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내려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과 허물없이 지내기까지,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12월에 내려간 그녀였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방을 구할 수 있었다. 
방을 구하려는 대기자가 50명인 상황에서 그녀는 운이 무척 좋았던 것이었지만, 방을 구하는게 마을 살이의 전부는 아니었다. 
공동체라는 것을 처음 접하면서 함게 더불어 살고 서로 안부를 묻고 챙겨주고 하는 삶이 개인주의가 나도 모르게 몸에 베어있는 도시사람이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배운것도 많았다. 
“연세가 많으신 데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밭에 나가 일하셨어요. 
부지런히 일하고 늦은 오후면 일을 끝내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배우게 되었어요.”

제주도에 생산자들로 구성된 진짜 로컬푸드 장터를 열고 싶어요

소연씨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정했다면 창업 아이템은 계속 바뀌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시작하겠다,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다음 시작하겠다, 터를 다 일구어 놓고 시작하겠다 등 이런저런 이유로 결정을 미루다 보면 점점 두려움이 커져 나중에는 오히려 창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저의 경우 창업을 통해 예전부터 살고 싶었던 삶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여러 사람이 머리와 마음을 모으면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쓰는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일이된다면 그건 돈을 잘 못 쓰는 거라 생각해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을 사는 세상 아닐까요?”

불교를 믿는다는 박소연 대표는 인생의 목적이 ‘살면서 공덕을 쌓자’라면서 웃었다. 
일만큼이나 자신을 표현하는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기타와 그림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 춤도 배워볼 계획이라고 했다.

“제주도에 생산자들이 함께하는 진짜 로컬푸드 장터를 열고 싶어요.
현재는 농부 한 분과 외부 활동을 나가서 자그맣게 체험학습을 하고 있어요. 
생산자가 가지고 온 밀 싹과 빻은 통밀을 보여주고 그것으로 쿠키를 구워 파는데, 체험학습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밀 생산부터 우리가 먹는 가공상품이 만들어지는 단계를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어요.
앞으로 농부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체험학습을 만들고,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리교육을 하는게 제 목표예요. 
제주도에 놀러 와서 경치만 둘러보고 가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해서 즐긴다면 제주도는 오래도록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거예요. 
농부가 직접 참여하는 축제 같은 장터, 그것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고 있어요.”

긍정으로 똘똘 뭉친 박소연 대표는 청정지역 제주도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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